2024년3월31일 촬영 [3월말에 봉군형태입니다]
1. 스승과의 만남: 서울대 우건석 교수님과의 인연
제가 오늘날 건강한 꿀벌을 사육할 수 있게 된 뿌리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이 주관한 '동계양봉대학'에서 저는 학생회장을 맡았습니다. 그때 주관 교수님이셨던 우건석 명예교수님께서는 저를 '안 회장'이라 부르며 각별히 아껴주셨고, 그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져 제 양봉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주셨습니다.
특히 2005~2007년 전 세계 양봉계를 뒤흔든 '꿀벌 군집 붕괴 현상(CCD)' 당시, 교수님께서는 세계적인 연구 논문들을 집대성한 저서의 감수를 맡으셨습니다. 저는 10년 전 그 책을 구입해 닳도록 읽으며 요점을 정리하고 암기했습니다. 교수님의 지도와 학술적 토대가 있었기에 지금의 건강한 봉군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우건석 교수님은? 대한민국 양봉학의 거목으로, 아시아양봉학회 부회장을 역임하셨으며 꿀벌 응애 생태와 방제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십니다.
2. 국가적 사명: '여왕벌 육종분과 위원회'의 발족
2003년 수료식 전날 밤, 농진청 이명렬 박사님으로부터 "전국 단위의 육종 위원회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제가 회원들을 모집하여 대한민국 여왕벌 육종의 기틀인 **'육종분과 위원회'**가 탄생했습니다. 이명렬 박사님(고문), 차용호 박사님(회장) 등 당대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수년간 육종 기술을 연마하며 전문성을 쌓았습니다.
3. 최적의 요새: 해발 670m '일월산꿀 육종장'
우수한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잡종벌과 격리된 '고립된 육종장'이 필수입니다. 2006년, 정부의 '우수 여왕벌 육종사업' 대상자로 선정되어 3억 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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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경북 영양군 맹동산 8부 능선 (해발 67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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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18km 반경 내에 다른 벌이 없는 천혜의 격리 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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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 서울대 우건석 교수님이 직접 실사단장으로 오셔서 적합성을 검증해 주셨고, 영양군과 영덕 국유림의 협조로 도로와 주변 환경을 정비했습니다. 모든 중요한 육종은 바로 이곳에서 이루어집니다.
4. SY26의 뿌리: 러시아벌의 강인한 유전자
우리가 키우는 SY26 종의 선조를 추적하면 세계적인 육종 학자 톰 린더러(Tom Rinderer) 박사의 노고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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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1994년, 화학 약품으로도 응애를 막지 못하자 박사는 러시아 연해주에서 응애에 저항력이 강한 벌 50군을 찾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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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이 벌들은 몸에 붙은 응애를 스스로 떼어내는 '자율 청결'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이를 미국 루이지애나의 고립된 섬에서 3년간 개량하여 2000년에 처음 선보인 것이 지금 우리 종자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5. 다윈의 진화론을 실천한 '커크 웹스터'의 교훈
미국의 전설적인 양봉가 커크 웹스터는 이 러시아벌의 장단점을 명확히 짚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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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응애 저항력과 추운 겨울을 견디는 월동 능력이 압도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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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 관리가 까다롭습니다. 이탈리아종과 잘못 섞이면 나쁜 형질만 나타나고, 세력이 조금만 커져도 금방 집을 나가는(분봉) 기질이 있습니다.
하지만 커크 웹스터는 이 벌의 야생성을 이해하고 명상하듯 인내하며 관리하여, 미국에서 CCD를 가장 먼저 극복한 농가가 되었습니다. SY26이라는 우수한 종자가 탄생하기까지는 이러한 학자들의 헌신과 선구적인 양봉가들의 인내심이 녹아 있는 것입니다.
맺음말
저는 이 방대한 학술적 데이터와 현장의 경험을 결합했습니다. 꿀벌의 생리와 응애의 습성, 그리고 밀원식물의 성분 분석을 끊임없이 연구합니다. 그 결과, 지금 전 세계를 위협하는 꿀벌 실종 사건 속에서도 우리 벌들은 건강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일월(해 &달) 산꿀지기 안효종 올림